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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원수 식재 지원, 꿀벌과 농업의 미래를 심는 생태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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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원수 지원 사업 |
꿀벌이 떠난 자리, 농촌의 위기를 마주하다.
매년 여름이 다가오면 저는 양봉장을 둘러보며 작년보다 꿀이 얼마나 줄었는지 걱정부터 앞섭니다. "올해도 별 수확이 없겠지"라는 말이 이젠 관용어가 되어버렸죠. 양봉을 시작한 지 5년이 넘었지만, 매해 꿀벌 수는 줄고 꿀 수확량도 감소하고 있습니다. 예전엔 꿀벌들이 해 질 녘까지 날아다녔는데, 이제는 오전 중에도 지친 듯 벌통 주변을 맴돌 뿐입니다.
이 변화는 단순히 양봉인의 문제가 아닙니다. 꿀벌이 사라지면 과일, 채소, 곡물의 수분 과정이 방해받고 결국 우리의 식탁도 위험해지기 때문입니다. 문제의 핵심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꿀벌이 먹을 꽃이 부족해졌다는 것입니다. 봄엔 꽃이 너무 일찍 피고, 여름엔 가뭄으로 꽃이 피지 않으며, 도시 개발과 고령화로 야생 밀원은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 악순환 속에서 중요한 해법 중 하나가 바로 밀원수 식재 지원 정책입니다. 저는 충북의 작은 양봉장에서 이 정책을 직접 경험했고, 그 효과를 몸소 느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 정책이 왜 필요한지, 실제로 어떤 도움을 주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가야 할지를 저의 실제 사례와 함께 나눠보겠습니다.
꿀벌은 단순히 꿀을 만드는 곤충이 아닙니다. 사과, 배, 딸기 같은 과일부터 들깨, 참깨, 콩 같은 곡물까지 – 수분을 도와주는 수많은 농작물의 ‘숨은 주역’입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꿀벌들의 개체 수가 급격히 줄고 있습니다. 특히 벌들이 꽃을 찾아 날아가는 반경은 약 2km에 불과한데, 그 안에 꿀이 풍부한 꽃이 없다면 벌들은 배를 곯거나 폐사하게 됩니다.
제 양봉장의 경우, 2022년과 비교했을 때 2023년 꿀 수확량이 무려 35%나 감소했습니다. 꿀벌은 살아 있었지만, 먹을 게 없으니 제대로 일하지 못했고, 벌통 안에서 허기진 채로 힘겹게 생존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현실을 마주하며 느꼈습니다. “이제는 벌에게 먹거리를 심어줘야 한다”는 절박함을요.
그런 배경 속에서 등장한 것이 밀원수 식재 지원 정책입니다. 밀원수란 꿀벌이 꿀과 꽃가루를 얻을 수 있는 나무로, 대표적으로 아까시나무, 밤나무, 백합나무, 헛개나무, 쉬나무, 싸리나무 등이 있습니다. 이 나무들은 봄부터 초여름까지 시차를 두고 꽃을 피워 꿀벌에게 꾸준한 먹이를 제공합니다. 마치 ‘계절별 급식소’ 같은 역할을 하는 셈이죠.
2024년 봄, 저는 군청의 지원을 받아 헛개나무 묘목 50주를 양봉장 주변에 심었습니다. 그해 여름, 벌들은 더 이상 먼 곳으로 나가지 않고 가까운 곳에서 꿀을 채취하며 활기를 되찾았습니다. 무엇보다 꿀의 향과 맛이 풍부해졌고, 소비자들의 반응도 눈에 띄게 좋아졌습니다. 처음엔 그저 꽃을 늘리는 수준이라 생각했는데, 그 효과는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습니다.
이처럼 밀원수 식재는 단지 꿀을 더 많이 따기 위한 기술이 아니라, 꿀벌의 생명과 농업의 내일을 함께 지키는 생태적 복원 사업입니다. 꿀벌이 살아야 우리가 먹을 것도 풍성해진다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진리를, 저는 이 정책을 통해 실감하고 있습니다.
밀원수 식재 지원사업은 국가 주도로 산림청, 농림축산식품부, 각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추진합니다. 제가 거주 중인 충북 진천군에서도 매년 초 ‘밀원수 식재 지원사업’ 공고가 게시되고, 희망 농가는 산림과 또는 농업기술센터에 신청서를 제출하면 됩니다. 저도 그렇게 이 사업에 참여하게 되었죠.
2024년, 진천군에서는 총 3,000주의 밀원수 묘목이 30개 농가에 배정되었고, 저는 그중 50주를 배정받아 양봉장 경계에 심었습니다. 공급된 묘목은 산림조합에서 직접 제공되며, 식재 후 3년간의 관리 의무가 있습니다. 관리 상태는 연 1회 이상 현장 실사를 통해 확인되고, 필요한 경우 기술지도사의 방문 교육도 병행됩니다.
초반에는 걱정도 많았습니다. 나무를 제대로 심어본 적도 없고, 비료는 언제 줘야 하는지, 잡초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몰랐으니까요. 하지만 군청에서 제공한 교육 자료와 짧은 현장 교육 덕분에 금방 요령을 익힐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이 나무들이 꿀벌에게 제공하는 자원이 눈에 띄게 보이기 시작하면서, 보람이 커졌습니다.
가장 직접적으로 느낀 변화는 꿀벌의 군체 스트레스 감소였습니다. 먼 거리까지 날아가지 않아도 꿀이 있는 꽃이 가까이에 있다 보니 벌들의 체력 소모가 줄었고, 생존율도 눈에 띄게 높아졌습니다. 실제로 2023년 겨울, 제 양봉장에서는 예년 대비 20% 이상 더 많은 벌통이 월동에 성공했습니다.
또한 이 사업은 농가 간의 협력을 유도하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인근 양봉인들과 함께 묘목을 심고 관리하며 자연스럽게 대화가 늘었고, 병해충 방제법, 채밀 타이밍, 벌통 배치법 같은 정보도 활발히 공유하게 되었습니다. 같은 일을 하는 이들과의 연대감은, 농사짓는 외로움을 덜어주는 의외의 선물이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밀원수 식재 지원사업은 단순한 나무 심기에서 끝나는 게 아닙니다. 꿀벌을 위한 공간을 만들고, 농민 간 협력을 늘리며, 농업의 지속 가능성까지 도모하는 복합적인 효과를 낳고 있습니다.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있었기에, 저는 이 사업이 단지 행정적인 지원이 아니라 ‘필요한 생태 투자’임을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밀원수 식재 지원 정책은 분명 가치 있는 사업이지만, 시행 과정에서 몇 가지 아쉬움도 존재합니다.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중요한 보완이 필요합니다.
먼저, 묘목 품질 관리 문제입니다. 저는 양호한 헛개나무 묘목을 공급받았지만, 일부 농가는 병해에 약하거나 뿌리가 손상된 나무를 받아 초기 생존율에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묘목의 품질은 향후 5~10년간 생존과 성장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이기에, 공급 전 검사와 품질 인증 제도가 반드시 보완되어야 합니다.
다음으로는 장기적인 관리 지원의 부재입니다. 현재는 식재 후 12년간만 관리비 일부를 지원하고 있지만, 나무가 본격적으로 꽃을 피우기까지는 최소 35년이 걸립니다. 밀원수는 단기 성과보다는 중장기 관리가 핵심인 사업이므로, 최소 5년간의 관리비 지원 또는 기술지도의 연속성이 확보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시간이 흐를수록 농가가 식재된 나무를 방치하게 될 우려가 있습니다.
세 번째로는 지역별 수종 맞춤화 부족입니다. 전국적으로 동일한 수종을 보급하다 보니, 어떤 지역에선 기후와 토양이 맞지 않아 나무 생육이 부진한 사례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경남 지역은 고온다습하여 아까시나무보다 백합나무나 쉬나무가 더 적합한데도, 획일적인 품종이 내려오곤 합니다. 지역 농업기술센터와 연계해 토양 분석과 기후 자료를 반영한 맞춤형 품종 선정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밀원수 식재를 양봉 농가에만 맡겨선 안 된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습니다. 꿀벌은 특정 농가의 소유물이 아니라 지역 생태계 전체를 오가는 생명체입니다. 때문에 학교, 공공기관, 도시공원, 마을 공동체 등 다양한 주체가 함께 참여하는 도시형 밀원지 조성사업도 확대되어야 합니다. 실제로 일부 지자체에서는 초등학교와 연계한 ‘밀원 정원 만들기’ 프로젝트를 시범 운영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이러한 연계형 생태 사업이 전국적으로 퍼진다면 꿀벌은 물론 사람의 삶도 훨씬 풍요로워질 것입니다.
밀원수를 심는다는 건, 농업의 미래를 심는 일
밀원수 식재 지원은 단지 나무 몇 그루를 심는 정책이 아닙니다. 그것은 꿀벌이라는 작은 생명체를 지키고, 농업과 생태계, 그리고 우리의 식탁을 함께 지키는 포괄적 투자입니다. 제가 직접 이 사업에 참여하면서 느낀 변화는 단지 생산량의 증가가 아니라, 벌들이 스트레스를 덜 받고 편히 일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다는 점이었습니다.
꽃은 몇 년 뒤에야 피고, 꿀은 그다음 해에야 채취할 수 있겠지만, 지금 심은 나무는 미래를 향한 약속입니다. 공존의 밑그림을 그리는 행위이기도 하죠. 앞으로 이 정책이 더 많은 지역에서 확대되고, 농가뿐만 아니라 학교, 도시, 지역사회 모두가 함께 참여하는 생태 네트워크로 발전하길 바랍니다.
꿀벌은 작지만, 그들이 보내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우리가 지금 무엇을 심느냐에 따라, 미래의 수확은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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