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부담 줄이는 배달비 지원, 2025년 제도 확대 (경제, 가계, 혜택) (수정)

여왕벌 및 수정벌 보급 사업: 꿀벌도 살리고 농가도 살리는 생태 전환의 해법
![]() |
여왕벌 지원 |
양봉 산업을 들여다보면, 그 중심에는 ‘여왕벌’이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꿀벌은 일벌의 모습이지만, 실제로 벌통 전체를 이끄는 건 단 하나의 여왕벌이며, 그녀의 건강 상태와 번식력은 곧 군체의 생존을 좌우합니다. 최근 몇 년간 기후 불안정, 병충해, 유전적 취약성 등의 복합적 원인으로 양봉 농가들은 여왕벌의 품질 저하와 수급 불안정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정부와 각 지자체가 시행 중인 ‘여왕벌 및 수정벌 보급 사업’은 단순한 종묘 보급을 넘어, 생태계와 농가 소득을 동시에 고려한 지속 가능한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저 또한 이 사업에 참여한 한 명의 귀농 양봉인으로서, 직접적인 혜택과 한계를 몸소 체험했기에, 오늘은 그 경험을 통해 이 정책의 실질적인 면모를 함께 나눠보고자 합니다.
양봉을 시작한 초창기엔 솔직히 ‘여왕벌’이 어떤 특별한 존재인지 잘 몰랐습니다. 그냥 크기가 좀 더 크고 알을 낳는 벌 정도로 생각했죠. 하지만 해를 거듭하며 벌통 관리에 눈이 뜨이기 시작하자, 여왕벌 한 마리의 건강이 전체 군체의 생명력과 직결된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여왕벌은 하루 수천 개의 알을 낳으며, 이 알이 군체의 일벌과 수벌로 자라납니다. 만약 여왕벌의 번식력이 낮거나, 병해에 취약하면 벌통의 인구가 급감하고, 결국 꿀 생산량도 현저히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엔 대부분 수입산 여왕벌이나 자연발생적 교배 여왕벌에 의존했지만, 이러한 개체는 우리나라의 기후에 잘 적응하지 못하거나 산란율이 불안정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저 역시 한때 외국산 여왕벌을 도입했다가 석 달도 되지 않아 벌통이 텅 비게 된 아픈 기억이 있습니다. 산란량이 저조하고 병에 취약해 일벌 수가 급감했고, 채밀 시기가 다가와도 꿀을 거의 수확하지 못했죠.
그 이후 참여한 ‘국산 여왕벌 보급 사업’은 제 양봉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지역 농업기술센터를 통해 분양받은 개량 여왕벌은 국내 연구기관에서 선발과 교배 과정을 거친 우수 품종이었고, 실제로 군체의 생장과 꿀 수확량 모두 눈에 띄게 향상되었습니다. 특히 이 여왕벌들은 높은 기온과 낮은 습도 등 한반도 기후에 특화된 생리적 특성을 가지고 있어, 관리가 한층 수월했습니다. 이 사업의 의미는 단순히 여왕벌 한 마리를 받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 기반의 지속 가능한 양봉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여왕벌과 함께 중요하게 떠오르는 또 하나의 존재는 바로 ‘수정벌’입니다. 수정벌이라 하면 여왕벌과의 교미를 위한 수벌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지만, 여기서 말하는 수정벌은 강한 군체 구성과 우수한 특성을 가진 일벌 중심의 소규모 군체를 의미합니다. 특히 초보 양봉인이나 귀농인에게는 안정된 군체 구성이 어려운 초기 시기에 수정벌 보급이 큰 도움이 됩니다.
올봄, 저는 시에서 주관한 수정벌 보급 사업을 통해 10군을 분양받았습니다. 이 벌들은 사전에 일정 기간 이상 관리된 조직화된 군체로, 일반 벌통보다 생존율이 높고 정착 속도도 빠릅니다. 기존에는 여왕벌과 일벌을 따로 구입해 군체를 형성하는 데만 몇 주가 걸렸고, 서로 싸워 여왕벌이 죽는 일도 종종 발생했습니다. 그러나 보급형 수정벌은 이미 안정화된 구성으로 제공되기에, 탈봉 문제나 산란 지연 없이 곧바로 활동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감동적인 변화는 꿀 생산성뿐 아니라 주변 과수 농가와의 상생 효과였습니다. 제 양봉장은 자두밭 인근에 위치해 있는데, 수정벌 도입 후 이웃 농가에서 수분율이 크게 올랐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수정벌이 단순히 꿀을 모으는 데 그치지 않고, 활동 반경 내 다양한 꽃을 찾아 수분 활동을 활발히 한다는 사실을 체감한 순간이었죠.
이처럼 수정벌 보급은 꿀 생산 이상의 효과를 지니고 있습니다. 생태계 다양성 확보, 작물의 결실률 향상, 나아가 야생 꿀벌 감소 현상의 일부 완화까지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농업 정책을 넘어, 지역 생태 환경을 함께 살리는 ‘생물 기반 농업 지원’의 대표 사례라 할 수 있으며, 지속적인 확장과 제도적 안정화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렇듯 여왕벌 및 수정벌 보급 사업은 그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를 가지지만, 현실적으로 지속성과 실효성을 담보하려면 몇 가지 구조적인 보완이 뒤따라야 합니다. 가장 먼저 필요한 건 농가의 능동적인 참여입니다. 아무리 우수한 품종이 보급된다 하더라도, 농가에서 기본적인 군체 관리 지식이 부족하다면 결국 성공적인 정착은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여왕벌을 분양받고도 사양액 공급이나 온도 조절을 제대로 하지 못해 군체를 잃는 농가를 본 적도 있습니다.
따라서 여왕벌 분양 전후로 반드시 교육이 병행되어야 하며, 특히 초보 농가나 고령 농민을 위한 쉬운 교육 콘텐츠와 현장 컨설팅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품종 다양성 확보입니다. 현재 보급되는 여왕벌은 일부 개량 품종에 편중된 경향이 있어, 장기적으로 유전적 취약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토종벌 보존 사업과 혼혈 개량 프로그램을 적극 연계하고, 지역 맞춤형 여왕벌 품종 개발을 확대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정보 접근성과 지역 간 격차 문제를 해소하는 정책 설계가 필요합니다. 일부 지역은 정보가 늦게 전달되거나, 온라인 시스템이 익숙지 않은 농민들이 신청 기회를 놓치기도 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마을 단위 순회 설명회, 오프라인 상담 창구, 지역 단체와의 연계를 통한 사전 안내 등의 보완책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더 나아가, 장기적으로는 이 사업이 정부 중심의 ‘공급형’에서 농가 중심의 ‘선택형’으로 전환되어야 합니다. 농가가 필요한 품종과 방식에 따라 신청하고, 정책 결과를 피드백하여 품질 개선에 기여할 수 있어야만 진정한 의미의 지속 가능한 정책이 될 것입니다. 저 역시 내년부터는 여왕벌 육종 실험을 작게나마 해볼 계획이며, 주변 농가들과 함께 수분 활동 데이터를 기록하여 연구소에 제공할 예정입니다. 농민이 주체가 되는 시스템, 바로 그것이 이 사업의 다음 목표가 되어야 합니다.
‘여왕벌 및 수정벌 보급 사업’은 그저 몇 마리의 꿀벌을 나눠주는 사업이 아닙니다. 이는 농가의 삶을 바꾸고, 지역의 생태계를 되살리며,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중요한 생명 인프라 구축 전략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건강한 여왕벌 하나가 벌통을 살리고, 강한 군체 하나가 농가의 소득을 안정시키며, 동시에 과수의 수분율과 생물 다양성까지 회복시킵니다.
정책 참여를 통해 저는 단순히 장비나 생물 자원을 지원받는 것 이상의 변화를 체감했습니다. 그 변화는 소득에서, 노동 효율에서, 생태적 감수성에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이 사업이 진정한 가치를 가지려면 ‘지속적인 제도 운영’과 ‘현장 중심의 피드백 시스템’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앞으로 더 많은 양봉 농가가 이 제도의 혜택을 체감하고, 꿀벌과 인간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농촌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기를 소망합니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