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별 양봉산업 육성 조례: 꿀벌과 농촌을 지키는 제도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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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봉 지원 정책 |
꿀벌이 사라지는 시대, 제도가 필요해진 이유
어릴 적 시골 외갓집 마당에서는 꿀벌들이 분주히 꽃을 오가며 윙윙거렸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소리는 단순한 자연의 배경음이 아니라, 농촌 생태계를 지탱하는 ‘숨결’이었습니다. 그러나 요즘엔 그 익숙했던 풍경이 낯설어졌습니다. 기후 변화와 농약, 병해충 문제로 꿀벌 개체 수가 급감하면서, 양봉업도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특히 작은 농가일수록 피해는 더욱 극심합니다. 이런 현실 속에서 등장한 것이 바로 ‘양봉산업 육성 조례’입니다. 단순히 벌을 키우는 문제를 넘어, 지역 경제와 생태계까지 고려한 새로운 정책의 시작이죠.
2019년을 기점으로 전국 각지에서 하나둘씩 만들어지기 시작한 이 조례들은, 행정의 방향을 단순 지원에서 ‘생태 기반 유지와 산업적 지속성 확보’로 전환시키는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과거엔 그저 변두리에 머물렀던 양봉이라는 업이, 제도를 통해 ‘공적 영역’으로 들어온 셈입니다. 이제부터는 이 조례들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떤 효과를 내고 있으며,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하는지를 하나씩 짚어보려 합니다. 그 중심엔, 꿀벌을 지키는 일이 곧 우리 먹거리와 생존을 지키는 일이 된다는 깨달음이 있습니다.
1. 양봉 산업 조례 관련 조례의 주요 내용
양봉산업 육성 조례의 출발점은 ‘절박함’이었습니다. 꿀벌 폐사율이 해마다 높아지고, 외국산 꿀의 가격 경쟁력은 국내 농가를 점점 벼랑 끝으로 몰아넣고 있었습니다. 이 문제를 행정이 손 놓고만 있기엔 피해 규모가 너무 컸고, 결국 일부 지자체에서 자구책으로 조례 제정을 검토하기 시작한 겁니다.
그중 가장 빠르게 움직인 곳이 경북 상주시입니다. 전통적인 양봉 중심지였지만 피해 또한 컸던 이 지역은 2019년, 전국 최초로 양봉 조례를 도입합니다. 조례 내용은 단순히 ‘지원한다’는 말뿐 아니라, 구체적으로 기자재 구입 지원, 국산 꿀 소비 촉진, 양봉 기술 교육, 생태 보호 등 다양한 영역을 망라하고 있었습니다. 이후 충북, 전남, 강원, 경기 등 다른 지역들도 빠르게 유사한 조례를 제정하면서 전국적인 흐름으로 확산되었고, 현재까지 15개 이상의 광역 및 기초 자치단체에서 관련 조례가 시행되고 있습니다.
각 조례는 지역 여건에 맞게 조정되기도 했습니다. 예컨대 전라남도는 토종벌 보호에 방점을 찍었고, 경기도는 스마트 양봉 시스템을 포함한 디지털 기반 지원 조항을 포함시켰습니다. 이처럼 하나의 조례가 전국적으로 퍼져나가면서도 각 지역 실정에 맞게 변형·확장되는 과정은 행정 정책의 유연성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양봉’이란 업이 드디어 제도적으로 인정받는 산업이 되었다는 점입니다. 단지 꿀을 채취하는 일이 아닌, 생태계 보전과 식량 안보를 위한 필수 산업으로서의 첫걸음이 조례에서 시작된 것입니다.
2. 지자체별 지원 정책 동향
행정 문서는 많지만, 실제 현장에서 실감 나는 변화는 드물다는 게 농민들 사이의 흔한 푸념입니다. 그런데 양봉 산업 조례는, 제가 직접 경험한 바로도 그런 인식을 조금씩 바꾸고 있습니다. 특히 조례 이후 시작된 몇 가지 정책은 실제 양봉인들의 삶에 실질적인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달라진 건 記者材(기자재) 지원 확대입니다. 충북 진천군에선 조례 제정 이후로 자동사양기, 채밀기, 벌통, 소초광 등 필수 장비에 대한 보조금이 최대 80%까지 제공되고 있습니다. 저도 직접 자동사양기를 신품으로 구입하면서 절반 이하의 비용만 부담했고, 덕분에 관리 시간과 노동 강도가 크게 줄었습니다. 예전 같으면 중고 장비를 찾느라 발품 팔았을 텐데, 이제는 지원을 통해 농장의 전체 운영 효율이 한층 높아졌습니다.
두 번째로는 꿀벌 생태 보호 프로그램이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전남 해남에서는 야생화 군락지를 조성하고 토종벌 복원 사업을 통해 꿀벌의 서식지를 체계적으로 확보하는 ‘꽃길 조성 사업’을 운영 중입니다. 저도 군에서 주관한 생태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해봤는데, 야외에서 벌과 식물의 상호작용을 직접 관찰하고, 생태계를 이해하는 경험은 단순한 교육 이상의 의미가 있었습니다. 이제는 벌을 기른다는 것이 곧 자연을 함께 보살피는 일이 되었다는 걸 체감합니다.
마지막으로 브랜드와 판로 확대입니다. 경북 영주시는 ‘영주 꿀’이라는 지역 브랜드를 육성해 자조금 연계 마케팅, 택배 포장, 온라인 판매 지원 등을 연계하고 있습니다. 저도 ‘진천 꿀’ 공동 브랜드를 통해 지역 로컬푸드 매장과 온라인 플랫폼에 입점하게 되었고, 이전보다 1.5배 이상 매출이 늘어났습니다. 브랜드 하나가 농민의 수익 구조를 바꾸고, 소비자 신뢰를 확보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 몸소 느꼈습니다.
조례 하나가 하루아침에 모든 걸 바꾸진 않지만, 그 제도적 틀이 있음으로써 농가의 제안이 정책이 되고, 실제 예산으로 실행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가치는 절대 작지 않습니다.
3. 양봉 산업 육성의 필요성과 전망
물론 조례가 생겼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닙니다. 실제로 전국적으로 살펴보면 지자체 간 편차가 심각한 수준입니다. 어떤 지역은 조례만 있고 예산 집행이 없는 ‘무늬만 정책’으로 끝나버리기도 합니다. 담당 공무원이 양봉에 대해 전혀 모른 채 업무를 겸임하는 경우도 많아, 농가 입장에선 행정과 소통이 쉽지 않습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정보 접근의 불균형입니다. 특히 고령 농가나 외딴 시골에 있는 양봉인들은 조례가 제정된 사실조차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우연히 군청 홈페이지에 올라온 공고문을 보고 신청서를 냈고, 인근의 몇몇 농가에 직접 알려드리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정보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한 안내 시스템, 찾아가는 설명회 등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선 몇 가지 제안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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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통일형 양봉 지원 가이드라인 마련: 현재처럼 지역마다 조항과 기준이 제각각이면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 차원에서 기본 틀을 제시하고, 이를 기반으로 지역별 세부 내용을 보완하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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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 사례 공유 플랫폼 구축: 전남의 생태 사업, 영주의 브랜드 마케팅, 진천의 기자재 지원 시스템 등은 타 지역에서 벤치마킹하기 좋은 사례입니다. 이런 모범 사례를 정기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이나 워크숍이 만들어지면 산업 전반의 질이 높아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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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봉 전문 인력 육성: 조례가 제 역할을 하려면 이를 실현할 공무원과 기술사의 전문성이 필수입니다. 겸임이 아닌 전담 인력 배치를 통해 농가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실제 정책 실행력을 높이는 방향이 필요합니다.
작은 벌에서 시작된 변화, 농업과 생태의 내일을 밝히다.
조례는 법 조항이 아니라 가능성의 씨앗입니다. 꿀벌을 보호하겠다는 약속이 문서 위에 머무르지 않고, 지역 곳곳에서 현실이 되어가는 지금, 우리는 중요한 전환점을 지나고 있습니다. 제가 몸소 겪은 변화는 아직 작고 소박할지 몰라도, 그 출발점에는 분명히 조례가 있었습니다. 농가의 목소리가 처음으로 제도 안으로 들어오고, 행정이 현장을 바라보며 움직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벌이 사라지면 인류도 위험하다’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닙니다. 꿀벌을 지키는 일이 곧 우리 식탁을 지키고, 농촌을 지키며, 자연과 함께 공존하는 길임을 이제는 많은 이들이 깨닫고 있습니다. 더 많은 지자체가 이 제도를 강화하고, 농가와 손잡고 미래를 설계해 나가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저 역시 그 길을 걷는 작은 양봉인으로서, 이 제도가 단단히 뿌리내릴 수 있도록 목소리를 보태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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